2013년 5월 1일 새벽 아끼던 아이폰을 분실하고 나서 기분이 많이 상했다. 우선 첫번째로는 지인들과 연락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것이 불편하였고 두번째는 휴대폰을 다시 구매 해야한다는 경제적 압박이 목을 죄었고 세번째는 죄수의 발목을 무겁게만드는 족쇄처럼 할부금이 남았다는 사실이었고 네번째는 휴대폰에 기록해두었던 아이이디어들 수많은 메모들, 일정들, 그리고 나의 개인정보들, 비밀스런 대화들까지 나의 손을 떠낫다는것 그리고 그것을 지금쯤 버마의 시골상인이 보고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욱 나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임대폰(2G)을 받고 예전 문명의 시대로 돌아가는 체험을 조금 해보았는데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첫째는 폰을 자주 보지 않아도 되었다. 연락오는 채널은 딱 두가지경우다. 전화 또는 문자. 카카오톡이니 페이스북이니 성가신 알람을 받지 않아도 되었고 인터넷을 하기 힘드니 폰을 볼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었으며 사색할 수 있었다. 이전에 몸담았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의 중요한 내용은 요약해서 각 방에 속해있는 지인들이 알려주었다. 우연히 폰에게 벗어났더니 이런 달콤한 자유를 만끽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편리함을 소유하려고 장만한 스마트폰이 앗아간 자유들이 사실은 어마어마했던것이다.
소유와 무소유의 간극을 알아차리는 찰나에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첫장을 넘기게 된 이 두 상황의 관계는 어떤 관계일까? 불교에서 말하는 일종의 인연일까? 꼭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인연이라고 할 수 없을것이다. 스마트폰을 분실한 나와 무소유를 읽는 나와의 인연은 어떤 무형의 힘에 이끌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마 듣기 좋은말만은 아닐것이다.
무소유에서 얻을 수 있는 거대한 소유도 엄청난 깨달음이다. 그러나 무소유의 마지막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은 한걸음 옆에 서서 나를 보는 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에게 이런 마음이 드는 구나, 이런 마음의 파도도 이는 구나.. 무소유는 소유하는 것들이 결국 문질이나 사람을 거쳐 마음의 소유를 하지 않는것에 귀결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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