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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할아버지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면 산꼭대기까지 데리고 가겠다”고 하셨다

할아버지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면 산꼭대기까지 데리고 가겠다”고 하셨다

할아버지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면 산꼭대기까지 데리고 가겠다”고 하셨다. 그러나 ‘깨워주겠다’고는 하시지 않았다.
"남자란 아침이 되면 모름지기 제힘으로 일어나야 하는 거야."
할아버지는 조금도 웃지 않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신 후 여러가지 시끄러운 소리를 내셨다. 내 방 벽에 쿵 하고 부딪치기도 하고, 유난스레 큰 소리로 할머니에게 말을 걸기도 하셨다. 사실 나는 그 소리 때문에 눈을 뜬 것이다. 덕분에 한발 먼저 밖으로 나간 나는 개들과 함께 어둠 속에 서서 할아버지를 기다릴 수 있었다.
“아니, 벌써 나와 있었구나!”
할아버지는 정말 놀랍다는 얼굴로 말했고,
“예, 할아버지.”
내 목소리는 쀼듯한 자랑이 묻어있었다.
ㅡ[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중